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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 과학의 힘으로 장애 한계도 초월…아이언맨 올림픽 온다

원호섭,이영욱 기자
원호섭,이영욱 기자
입력 : 
2016-08-05 16:15:29
수정 : 
2016-08-05 16: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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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파로 마우스 조작해 장애물 피하고 척수장애인 전류자극 받아 사이클 경주
로봇팔로 빨래집게 꽂기 등 제어능력 대결
6개종목 25개국 72팀…한국도 3개팀 출전
장애인 위한 로봇공학 경연…사이배슬론 10월 스위스서 첫 대회
사진설명
2013년 2월 프랑스의 화학공학자이자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인 밴스 베르게론은 프랑스 리옹 인근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큰 사고로 목이 부러지면서 두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됐다. 그는 병상에 누워 생각했다. 자신의 장애를 극복해 보자고. 베르게론은 '사이보그'를 만들기 위해 신경과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일부 의족기술이 '기능적 전기 자극(FES)'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이를 자신의 연구실인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에서 연구하기 시작했다. FES는 마비된 근육에 적절한 강도의 전기 자극을 가하는 치료행위를 말한다.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삼고 CNRS 연구진은 어떤 신경을 자극하면 다리 근육이 페달을 밟을 수 있는지 연구했다. CNRS 연구진은 오는 10월 8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제1회 사이배슬론올림픽'에서 이 휠체어를 공개하고 메달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브라질 리우올림픽이 7일 개막한다. 리우올림픽이 끝나면 장애인들의 올림픽인 패럴림픽이 개최된다. 올해는 패럴림픽이 끝난 뒤 특별한 대회가 한 번 더 열린다. 인간과 과학기술이 결합한 사이배슬론이다. 올해 첫 대회가 열리는 사이배슬론은 스위스 국립로봇역량연구센터 주최로 스위스 취리히 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 막을 올린다. 미국과 독일, 일본, 한국 등 전 세계 25개국 72개팀, 300여 명이 참가하는 사이배슬론은 패럴림픽과는 차이가 있다. 패럴림픽이 온전히 사람의 신체능력을 토대로 경기를 한다면, 사이배슬론은 과학자와 공학자, 장애인이 함께 과학기술로 승부를 겨룬다는 점이다.

'사이배슬론 2016'에서는 로봇공학 기술을 이용한 보조장비를 착용한 장애인 스포츠 선수가 뇌파를 이용한 컴퓨터 자동차 게임, 전기 자극을 이용한 자전거 경주, 전동 휠체어 경주, 로봇 의족 달리기, 로봇 의수 경주. 로봇 슈트 걷기 등 6가지 종목이 열린다. 참가하는 선수들은 모두 장애인으로 동력으로 작동되는 로봇과 같은 기계를 사용할 수 있다. 이 기기를 개발하고 작동시키는 연구자들은 '파일럿'으로 경기에 참가한다.

대회 창설을 주도한 로버트 리너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교수는 "사이배슬론 경기종목으로 들어가 있는 일상적인 일들은 장애인들에게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인터넷과 할리우드 영화 때문에 사람들이 이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는 일반 사람들에게 여전히 장애인들이 극복해야 할 것이 많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뇌파를 이용한 컴퓨터 자동차 게임은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MI)'를 활용한다.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머리에 뇌파를 측정하는 장치를 쓰고 오로지 뇌파만으로 게임 캐릭터를 조종해야 한다. 생각을 통해 게임 캐릭터는 장애물을 피해 점프를 하거나 바닥을 기어갈 수 있다. 뇌파가 워낙 약하기 때문에 각각의 명령을 구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또한 선수들이 관중들의 환호와 경기 중 흥분하면서 신호가 방해를 받을 수도 있다.

전기 자극 자전거 경주는 피부에 전극을 부착해 근육의 움직임을 읽어 자전거 경주를 한다. 참가하는 선수는 완전 척수 장애인으로 이들의 미세한 근육 움직임을 자전거 바퀴로 연결시켜 움직이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로봇 의수 경주는 팔이 절단된 사람들이 참가한다. 로봇 팔을 장착한 선수들은 옷걸이에 옷 걸기, 빨래집게 꽂기 등의 종목에 참가해 실력을 겨룬다. 근육의 움직임을 측정해 사용자의 의도에 맞게 로봇 팔이 얼마나 섬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제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육과 신경에서 나오는 신호를 해독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사용자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그 의도를 파악해 의식하지 않아도 특정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로봇 의족 달리기는 발이 절단된 사람들이 로봇을 장착한 뒤 계단 오르기나 장애물 통과 등 주어진 시간 내에 많은 임무를 해내야 한다. 이 밖에 척수 마비 환자가 아이언맨처럼 로봇을 입고 로봇 슈트 걷기, 전동 휠체어를 타고 장애물을 통과하는 전동 휠체어 경주 등이 진행된다.

한국 대표팀은 뇌파를 이용한 컴퓨터 자동차 게임에 고려대 이성환 뇌공학과 교수가, 전동 휠체어 경주에는 김종배 연세대 교수가, 로봇 슈트 걷기에는 벤처기업 에스지메카트로닉스와 서강대 공경철 교수·세브란스 재활병원으로 구성된 연구진이 각각 참여한다. 공 교수는 "대회에 참가하는 연구진 상당수가 자신들의 기술을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서로 견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직접 착용한 장비들은 향후 일반 환자들을 위한 제품으로 개발될 수도 있다. 그는 또 "대회 직후 경기에 참여한 로봇을 척수마비 환자들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상용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대회에 참가하는 연구진의 기술은 관련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만큼 상용화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이배슬론올림픽과 관련해 경쟁보다는 협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리너 교수는 "경쟁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경기를 하기로 했다"며 "대회를 통해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들에 나설 수 있는 창의력이 발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회에서 선보일 '바이오닉' 기술이 실용적이고 사용자 친화적인 수준에 이르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관련 기술 개발이 가속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 사이배슬론은 2020년 일본 도쿄에서 일주일간 열린다. 2020년 도쿄 대회에선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새로운 경쟁 종목이 추가될 예정이다. 일부 종목의 경우 경기장 밖에서 열릴 계획이다.

[원호섭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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